수염이 많이 자라는 남성들은 아침마다 곤욕을 치른다. 면도를 하고 난 뒤에 생기는 ‘면도 트러블' 때문이다. 깔끔한 인상을 주기 위해 아침마다 면도를 하지만, 빨갛게 부어오르는 피부가 오히려 더 신경 쓰인다. 매일 하는 면도, 피부 염증 걱정 없이 할 수는 없을까. 하이닥 피부과 상담의사 김영훈 원장(셀린피부과의원)에게서 해결 방법을 들어보았다.
q1. 면도 트러블과 관련된 구체적인 피부 질환은 무엇인가.
면도 트러블과 관련된 질환은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 자극성 접촉 피부염과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 모낭염이 대표적입니다.
자극성 접촉 피부염은 피부가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입니다. 피부의 상태나 온도, 습도와 같은 환경 요인 때문에 주로 발생합니다. 면도날 자극이 직접 가해진 부위에만 증상이 발현됩니다.
반면,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은 환자에게 특정 물질에 대해 선천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때 발생합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지퍼나 똑닥이 단추, 면도날 등과 같은 금속성 항원과 피부가 맞닿았을 때, 24시간~36시간 후에 두드러기가 나타납니다.
q2. 면도 트러블과 일반적인 여드름의 차이는?
여드름과 면도 트러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증상이 생기는 부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은 여드름은 이마, 볼 등 피지가 많은 부위에 나지만 면도 트러블은 턱, 코밑, 목 부분에 주로 생깁니다.
또, 질환이 발생하는 원인도 다릅니다. 여드름은 주변 환경이나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면도 트러블은 면도날과 같은 외부 물질과 피부가 지속적으로 맞닿으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면서 발생합니다.
q3. 면도 트러블, 환자 스스로 치료 가능한가.
만약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항생제 연고를 발라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염증이 오랫동안 발생했거나, 턱이나 목 주변의 피부에 상처가 많이 남아 있다면 병원에 가서 먹는 항생제를 처방받는 것이 좋습니다.
q4.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내원해야 하는가.
꼭 특징적인 증상이 있을 때만 내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 환자가 거울을 봤을 때 염증이 점점 커지고 개수가 많아진 것 같다면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좋습니다. 또, 염증이 목이나 턱 주변의 피부에 점점 퍼진다면, 내원해 전문의에게 상담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q5. 면도 트러블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우선 내원한 환자를 문진합니다. 사용하는 면도기 종류와 면도날 교체 시기, 면도 방법 등을 물어봅니다. 문진을 마친 후에는 얼굴을 살펴보면서 모낭염 말고도 다른 피부염이 발생했는지 확인합니다.
환자의 증상이 약하다면 바르는 항생제만 처방하지만, 모낭염이 상당히 진행됐거나 다른 피부질환이 같이 발생했다면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을 함께 처방합니다. 아울러 면도 트러블로 인해 생긴 염증에 고름이 생겼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염증 주사를 놓습니다.
q6. 면도 트러블을 예방하는 생활 습관은?
면도 트러블의 주요 원인은 상태가 불량한 면도기 날입니다. 따라서 면도기 날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입니다. 일반 면도기를 사용한다면, 10~20회 사용했을 때마다 면도기 날을 갈아야 합니다. 만약 전기면도기를 사용한다면, 1년 정도 사용하고 난 뒤에 날을 교체해도 충분합니다.
q7. 피부 트러블이 안 나도록 면도하는 방법은?
1. 습식
털이 뻣뻣하고 굵어서 면도 후에도 푸른 자국이 남는 사람들에게는 습식 면도를 추천합니다. 습식 면도란 모발과 면도날을 촉촉하게 적신 상태에서 면도하는 것을 뜻합니다.
먼저 면도 할 부분에 쉐이빙 폼이나 젤 등을 바르고 1~2분 정도 기다립니다. 어떤 제품을 사용하든 크게 상관 없지만, 너무 많이 바르면 오히려 면도가 잘 안될 수 있으므로 적정량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면도날을 물에 살짝 적신 뒤에 털이 난 방향대로 면도합니다. 만약 털이 난 방향과 반대로 면도를 한다면 피부가 면도날에 쉽게 베일 수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정방향으로 면도하는 것이 피부 질환 예방에 좋습니다.
2. 건식
털이 가늘거나, 털이 많이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건식 면도를 추천합니다. 건식 면도란 면도날에 수분을 묻히지 않고 면도하는 것을 뜻합니다.
건식 면도를 할 때는 전기면도기를 사용합니다. 면도하기 전에 수염에 묻은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수염이 젖어있는 상태에서는 전기면도기가 잘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기면도기는 일자 날 면도기와 원형 날 면도기로 나뉩니다. 일자 날 전기면도기는 털이 난 방향과 반대로 면도를 해야 모발이 잘 깎입니다. 습식 면도기와는 달리 면도를 해도 피부에 가해지는 손상이 크지 않기 때문에 역방향으로 면도해도 괜찮습니다. 아울러 원형 날 전기면도기라면, 피부 위에서 원을 그리듯이 면도기를 움직여야 모발이 잘 깎입니다. 단, 전기면도기로 피부를 너무 세게 누르면 피부가 쉽게 베일 수 있으므로 가볍게 눌러줘야 합니다.
q8. 피부 타입에 따라 면도법과 관리법이 다른지.
그렇지 않습니다. 건성 피부이든 지성 피부이든 면도 방법은 동일합니다. 단, 여드름으로 얼굴에 염증이 심한 사람은 면도를 하다가 염증 부위를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q9. 여드름 치료 중인 환자는 면도 트러블 치료를 어떻게 받아야 하나.
여드름 증상이 심각해서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면도 트러블도 잘 생기지 않습니다. 여드름 약에 들어 있는 성분이 면도 트러블도 막아주기 때문이죠. 다른 피부 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면도 트러블 치료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q10.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으면 면도 트러블을 예방할 수 있는가.
그렇습니다. 면도 트러블은 면도를 자주 할수록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면도 횟수 자체를 줄이는 레이저 제모 시술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저도 레이저 제모 시술을 10회 이상 받았습니다. 뻣뻣한 수염 때문에 트러블이 끊이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다가 시술을 결심했죠. 제모 후에는 하루에도 2번씩 해야 하던 면도를 일주일에 1~2번밖에 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털이 가늘어지고 털이 자라나는 밀도가 줄어서 트러블이 올라오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레이저 제모 자체가 많이 아프고, 처음에는 제모로 인한 모낭염이 심하게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울러 나중에라도 수염을 기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면도 트러블 자체를 없앨 수 있는 어쩌면 제일 좋은 치료법이라고 생각합니다.